Tuesday, April 24, 2007

Hei~ Mr. Monkey!

무거운 십자가를 등에 지고 시뻘건 피를 뚝뚝 흘리시며 터벅터벅 걸어가시던 주님. 그분의 마지
막 고개가 떨구어 지고 삼일 째 되는 날 부활의 역사를 이루셨다.

부활절을 경축하는 날이라서 그런지 많은 성도들이 이쁜 옷을 입고 대성전을 가득히 채우고 있
다. 물론 목사님도 하얀 양복과 하얀 구두를 신으시고 지난 몇 개월간 보지 못했던 더욱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강단에 서서 설교를 하신다.

유난히 이날은 찬양을 하는 동안 예수님의 피땀이 눈에 선했다. 그리고 지난날 뒤를 돌아 볼 때마
다 흠칫 흠칫 놀라던 내 모습도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때는 무슨 연유였는지 매주 예배 때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지성소로 들어가는 은혜를 입고
있었다. 어느날 청년 예배시간 푹신한 의자에 앉아 찬양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 의자 밑으로 발을 꼬고 앉았는지 내 엉덩이에 무엇인가가 자꾸만 부딪친다. 고개를 돌려보
니 뒷좌석엔 아무도 없다. 다시 예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무엇인가 두툼한 것이 엉덩이 밑에 도사리고 있다. 어떤 녀석이 자꾸 장난을 치는건가. 이젠 아예
일어서서 의자를 내려다 봤다. 아무것도 없다. 의자가 고장이 났나.. 자리를 옮겨 앉았다. 다시 무
엇인가 엉덩이를 건드린다. 모두들 찬양에 깊이 몰입해서 눈을 감고 예배를 드리고 있다.

슬며시 일어나 엉덩이 쪽을 내려다 봤다. 내 엉덩이 꼬리뼈 쪽에 털이 보송보송하게 난 꼬랑지가
나 있는것이 아닌가. 바지를 뚫고 나온 그것이 꿈틀 꿈틀 꼬리를 치고 있었다.

길이가 30 센티는 되는듯 했다. 너무도 놀라서 자리에 얼른 앉았다. 청년들 모두 눈을 감고 어떤
이는 손을 들고, 어떤 이는 열심으로 기도를 하며 예배에 몰입해 있어서 아무도 내 꼬랑지를 보지
는 못했을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사태인가.

내가 무슨 병에 걸린 것인가. 손을 씨트 뒤로해서 아직도 엉덩이 밑으로 만져지는 그 꼬랑지를 가
만히 말았다. 그리고 웃옷을 꺼내 입어 그것을 가렸다. 행여나 다른 청년이 볼까봐 조심스러운 발
걸음으로 화장실로 부리나케 뛰쳐 들어갔다.

가방에서 얼른 컷터 칼을 꺼내어 벌써 1미터나 길어져버린 그것을 있는 힘껏 잘라냈다. 다행한 것
은 아프지도 피가 나지도 않았다.

예배중이라 화장실로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절을 잘라내도 아프지 않아 이젠 엉덩이에 가
장 가까운 부분을 얼른 잘라냈다. 그것을 잘라내자마자 구멍이 뚫려있던 바지는 신기하게도 아무
렇지 않게 정상으로 되돌아갔다.

너무도 이상했다. 무슨 꿈을 꾸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볼을 꼬집어 봤다. 이건 꿈은 아니었
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손등으로 훔쳐내며 세수를 하기위해 세면대로 가 거울을 보았다.
놀란 토끼처럼 눈이 충혈되어있다. 혹시 내 유전자 안에 이상한 증상이 있는것은 아닐까. 왜 갑자
기 꼬리가 나온단 말인가..

수도꼭지를 돌려 흘러나오는 물줄기를 받아 얼굴을 닦아냈다. 혹시나 해서 얼른 고개를 돌려 뒤
를 돌아 봤다. 꼬랑지는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후..한숨을 쉬며 다시 거울을 보았다. 까칠한 얼굴
위로 턱수염이 더욱 자라난 듯 보인다.

음..아침에 면도를 했는데...청년예배가 모두 끝날 때까지도 놀랬던 마음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
다. 2부 교제 시간이라는 광고가 나왔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무슨 나쁜짓을 하다가 들킨
불안한 마음이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연신 엉덩이 쪽을 돌아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옷을 갈아입고 거울을 보다가 아까보다 더 많이 덥
수룩하게 난 수염을 보고 놀랐다. 이젠 구렛나루까지 나서 털보처럼 돼버린 얼굴이 아닌가..아니
이게 무슨 조화인가.

혹시 무슨 호르몬이라는 것이 이상한 작용을 해 이런 현상이 나는 것은 아닐까? 어디선가 들은 유
전자가 어떻고 호르몬이 어떻다는 전문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병원으로 전화를 해볼까..다시 거
울을 보았다. 완전히 온 얼굴을 뒤덮어 버린 털..자세히 보니 그것은 원숭이의 얼굴 형태처럼 되어
가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완전한 원숭이 얼굴이었다. 거울속의 녀석은 이제 원숭이었다. 그것은 내가 아니었
다. 엉덩이쪽을 내려다 봤다. 아니나 다를까 아까보다 더 길게 툭 튀어져 나온 꼬랑지가 있는것이
아닌가. 그것은 원숭이 꼬랑지 였다. 이젠 담담해져 버렸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더이상 놀라지
도 않게 되었다. 이미 원숭이처럼 변해버린 거울속의 내 얼굴을 보며 어떤 조치도 소용이 없을것
만 같았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이젠 이 모양을 하고 밖으로 나갈수도 없을것만 같았다. 다시 칼을 꺼내 꼬랑
지를 있는힘껏 잘라 봤다. 그것을 잘라내자 아까 교회에서 보다 더 빨리 다시 자라났다. 이것은 없
앨 수 없는것인가? 성경책을 꺼내 펴고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께 이 사태를 해결해 달라고 기도하
기 시작했다. 30분을 기도했을까.

눈물이 앞을 가리고 콧물이 줄줄 흘러내려 이젠 휴지로 닦아도 소용이 없었다. 1시간이 지난후 세
수를 하고 거울을 보았다. 잡혀지던 털이 모두 사라져있었다. 꼬랑지도 없었다.

그날 이후로 더 이상 그런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예배 때마다 난 엉덩이를 슬며시 만져
보는 버릇이 생겼다. 꼬랑지가 다시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난 예배 속으로 들어가 찬양을 참으로 잘했다. 목소리를 이쁘게 낼 수도 있었고 기도도 남들이 참
잘해요..은혜받았어요 할 만큼 하곤 했다. 찬양예배 때는 찬양에 맞추어 춤도 곧잘 추곤했다. 다
른 성도들은 나를 보며 참 믿음이 좋은 청년이라면서 칭찬도 하셨다. 난 열심히 흉내내는 원숭이
였다. 찬양도 흉내, 기도도 흉내, 교제도 흉내..선교합시다. 열방으로 나갑시다 라고 흉내내곤 했
다.

그랬다. 난 예수님은 나의 구주세요..라며 잘도 흉내냈고 전도도 흉내내며 잘했다. 난 그것이 진
정 내가 하는 것인줄 알았다. 그것은 단지 잘 연습된 흉내였다. 하나님과 전혀 상관도 없는 흉내..
내가 흉내내는듯 할 때 마다 난 궁뎅이를 쳐다봤다. 하지만 더이상 꼬랑이지는 없었다. 요즘엔 더
이상 그 사건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지만 아직도 가끔 흠칫 흠칫 놀라곤 한다.


꼬랑지가 나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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