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살아온지 어언 5년.. 4년을 꽉채우고 나니 마음에는 인도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보다는 미워하는 마음이 더 많이 세워져 있다.
날이갈수록 부드럽고 끝내주는 예수님의 사랑을 흘려보내는 선교사이기보다는 눈꼬리와 입술꼬리가 자꾸만 높아지고 날카로와지는 나를 발견할때마다 섬칫 섬칫 놀란다. 물론 그런일을 저지를 때마다 늘 옆에있는 최보연에게 한마디 하고 스스로를 자위한다. " 내가 이렇게 죄인이야..나쁜놈인데.. 주님.."
지난달에는 뭄바이 옆 교육도시 푸나에서 전도여행팀과 조인하기 위해 아침 일찍 떠나야만 했다. 입덧이 최고조에 달해있던 최보연과 실갱이를 하다가 조금 늦게 떠났다. 매사에 서두르지 않기위해 미리 준비하고 미리 가서 기다리는 성격이기에
길거리에 서서 차가 오건 말건 신경쓰지 않고 너는 와라 나는 간다 하는 인도사람들을 지나치면서 마음에 분기가 차오른다. 길 중앙을 친구와 나란히 이야기하며 가는 오토바이, 갑작스럽게 방향을 바꾸는 자전거들, 인도사람들 길 위에서 하는것을 꼭 빼닮아 길 한가운데 누워 절대로 차가 코앞에 올때까지 거들떠도 안보는 개들, 앞에 차가 꽉 막혀있는데도 시끄럽게 경적을 울리고 쌍라이트를 켜서 환장하게 만드는 운전사들,
아무리 클락션을 울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켜서지 않는 사람들....
그 거리를 지나쳐 오면서 마음으로 수 많은 인도사람들을 이미 치고 죽이지 않았나 싶다. 내 마음 언저리에 놓여있는 예수님의 깨지기 쉬운 성전에서 울림이 있다. 역시 나는 베드로처럼 천상 제자 인가보다.
와엠씨에이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몸과 마음이 푸근해지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힘쎈 진주와 실갱이 하며 침대에 비스듬이 누운 아내 최보연에게 입을 열었다.
"여보...나 왜이러지? 나 이렇게 나쁜놈인지 , 죄인인지,,,정말 무섭다. 날마다 이렇게 나의 최고의 죄 성을 발견할 때마다 죽을맛이야...근데 말야...아직도 더 있는것 같아.. 나를 보면 사람이 이렇게 무서운 존재인지 알것같아.나 말야 이미 수십명은 마음으로 죽인것 같아..."
아내 최보연은 내 얼굴을 쓰다듬어준다. 진주도 엄마 따라서 나를 쓰다듬어 준다.
2월에 접어든 오늘
하나님 다음 가족 그리고 사역이라는 우선순위를 꼭 지키기 위해 갖는 패일리데이. 여전히 입덧으로 고생하는 마누라 최보연과 김최진주를 데리고 시내로 갔다. 언제나 그렇게 아내와 진주를 뒷좌석에 태우고 운전을 한다. 역시나 인도의 문화답게(마티즈도 운전사가 따로 있고 주인들은 뒤에 탄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최보연의 서번트(하인, 운전사)로 대한다.
내 마음에 선교사로서 얼마나 이 사람들을 사랑하는가를 매번 바라보는 이상한 습관을가지고 있는것을 발견했다. 그리곤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나의 연약함을 볼 때마다 마음에 분한 마음이 있는것을 깨달았다.
초컬렛 칼라의 인도 사람들, 참으로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이 사람들,,,,잘 해주면 더 못하고 속이려드는 이 사람들...
며칠전 자동차 기어박스에서 자꾸 오일이 새서 차를 고치러 갔었다. 기어 박스를 모두 해체한 후 고쳐야 한다면서 겁을 잔뜩 준다. 맡긴 이틀 후 찾은 차는 기름이 더이상 새지 않았지만 단지 마개 하나만 고친것이었다. 그가 내민 영수증에는 해체한 가격이 써 있었다. 그리고 그 마개는 몇달전 고친것이었는데 싸이즈 2 볼트를 넣어야 하는데 싸이즈 3 볼트를 넣어서 그곳이 헐렁해서 샌 것이었다. 일부러 기어박스가 완전히 박살나서 일감이 크게 생길것을 기대하지 않고서야 그런일을 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참으로 기가막힌 사람들...나는 말없이 돈을 주면서 이렇게 속으로 이야기 하는 나를 봤다. "주님...이 거짓말 잘하는 놈을 ..으햐,,"
이튿날, 여전히 차는 운전대가 흔들흔들 한다.
가지고 가니 이것이 잘못되었다면서 그것을 간다. 여전히 핸들은 흔들 흔들, 그 이튿날 다른 것을 갈았다.
여전히 흔들 흔들, 공식 정비업체에 가니 동력전달기가 몸체에 부딛혀 흔들거린단다. 그리고 몇가지를 갈았다.
오늘, 여전히 흔들리는 핸들, 그나마 예수님을 믿는 사람에게 가보니 그가 브레이크 탓이라고 한다.
그의 말이 맞았다. 브레이크와 디스크 문제였다. 모두가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공식 업체 녀석까지...
결국 이렇게 최종 결론까지 도달하기까지 시간과 돈 그리고 마음이 상해버렸다. 하긴 5년째 이렇게 매번 당하면서 인도인 친구들의 이야기에 스스로 위안을 해보기도 했다.
"우리(인도친구)도 길을 물어보면 100% 틀린 방향을 가르쳐 줘서 최소 네사람에게 물어본 후 이동해...뭘 그걸갖고.."
"내가(인도친구) 이야기 하잖아 나도 아무도 안 믿어, 그러니 너도 아무도 믿지 마,,,조심해..."
아내 최보연과 진주를 태우고 시내로 가는 길 내내 나는 나를 속인 거짓말 잘하는 인도사람들을 마음에 넣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따져묻는 상상을 수도없이 했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는 그들...
2004년 전인도 한인 선교사 대회 초청 공문에 쓰여진 인사말에 참으로 큰 위안을 얻었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이 시작했다.
"거짓말 잘하는 사람들과 사시느라 고생이 많으신 전 인도 선교사 여러분들께..."
나는 이 거짓말들을 온몸으로 받아먹고 산다.
그래도 나는 거짓말하는 그들을 사랑해야만 한다.
자신을 팔 제자가 누군지 뻔히 알면서도 묵묵히 십자가로 향해가던 예수님처럼
나도 내 마음에 십자가를 수 없이 세워야만 한다.
그리고 그 위에 못 박혀야만 한다.
인도...
네가 인도를 아느냐? 고 질문하시는 그분의 음성이 들여온다.
인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