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pril 24, 2007

결혼기념일

 
12월 8일, 최보연 김영기 결혼한 날.
오늘은 세번째 맞이하는 결혼 기념일이다.
아내는 한달 전부터 조심스럽게 결혼 기념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전에는 그동안 적은 삶림예산에도 조금씩 조금씩 떼어서
돈을 모으고 있는 것을 넌지시 내비치기도 했다.

착한 아내...
매년 결혼 기념일이 돌아올 때마다 아내는 귀한 선물과 편지를 주곤 했다.
마음을 한껏 표현하고 싶어하는 그녀.

일주일 전엔가 그녀의 코 끝에 약간 크고 검게 피지가 만들어져 있었다.
"여보 이게 뭐야? 이거 피지 같은데 내가 빼줄까?" 하니
아내는 기겁을 한다.
괜스레 그거 빼려다가 성나면 어찌하냐며 고개를 설레 설레 한다.

어제 밤에 여보...하며 다가온 아내는 "여보 이거 뺐어요..." 하며 다가온다.

그녀의 코끝이 빨갛다. 검은 그것은 그대로 거기에 남아있다.
아마도 점이 되버린 무언가가 아닐까 싶다.

아내는 결혼 기념일 하루전날 그 피지를 빼서 예쁜 코를 남편인 내게
보이고 싶었던 모양이다.

새벽에 일찍 잠이 깨서 다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오늘 아내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머리속에 맴도는 많은 것들 때문인지
유난히 머리위 팬이 시끄럽게 느껴진다.

딸깍 딸깍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저 짙은 갈색의 팬을 바라보며
일상의 소박한 시간, 그저 특별하지는 않지만 저 깊은 곳의
마음을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짧지만 귀중한 시간들을 아내와 나누는
것이 최고의 결혼 기념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혼 11년째를 살고 있는 옆집 사람 브라질리안 이자벨이 어제 늦게 아내에게 전화를 해왔다.
남편과 오붓하게 저녁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제 19개월된 딸 진주를 자신이 돌보아 주겠다고 제안을 했다.

매일 하루 24시간을 딸 진주와 함께 보내야 하는 아내에게 그것은 귀가 솔깃한 제안임에
틀림이 없을 텐데 아직 어린 딸을 결혼기념일이라고 따로 떼어놓을 마음이 생기지 않는 모양이다.

딸 진주는 엄마 아빠가 서로 껴안고 뽀뽀를 할 때마다 질투를 표시해낸다.
이제 무엇인가 스스로 인지하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어서 그 질투의 표시가 밉지 않다.

우리 부부의 사이에 꼭 끼고 싶어하는 진주를 보면서
이제 엄마 아빠가 서로에게 가장 우선이며 진주는 두번째 임을 가르쳐 주어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진주를 너무도 아끼지만 딸 진주는 엄마 아빠의 깊은 사랑의 관계의 열매를 옆에서 보고 배워야만 자기 정체성이 뚜렷하고 사랑을 받는데 주저함이 없으며 주는데 인색함이 없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아직 침대에서 자고 있는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
어쩌면 이리도 닮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녀는 나를 닮은 반쪽이었다.
날마다 닮아가는 그녀와 나는 오늘 조금은 특별한 닮음의 날을 기념할 것이다.

아내 최보연을 창조적으로 놀라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오늘은 더 많은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靑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