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pril 24, 2007

라일락 향기처럼

마당 한구석에 지난 겨우내 초라하게 서있던
한그루 나무. 예전엔 몽련이 사뿐하게 피어있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피지 않는다.

아랫층 아주머님이 나무 옆에 소음이 심한 대형 냉장고를
놓고 흙이 숨쉬지 못하게 시멘트를 덮어버려서 일까...

그런데 어느날부터 그곳에 라일락 나무가 살고 있었
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겨울내내 앙상하게 부러진 가지로 움츠러있던 그 품새가
비오는 날 나지막한 향기로 피어났다.

골목 어귀로 들어서니 멀찌감치부터 교회 이쁜 누나의
머리에서 나던 향내가 난다.

어느집에서 이리도 좋은 내음이 날까...참 부잣집이구나
생각했다.

오히려 멀리서 강렬했던 그것은 집앞에 이르니 사라지고
말았다.

어디서 나는 향기였을까?

이층으로 올라오며 무심코 바라본 마당에 너무도
아름다운 빛깔의 꽃들이 피어나 있었다.

왠 꽃이 피었지? 무슨 이름의 꽃일까?

향기도 없고....몇일이면 사라지겠지...

다음날도 30 여미터 골목 어귀까지 그 향기가 났다.

어디서 나는향기일까...아름다운 아가씨가 사는 집일까?
궁금해,..

집에와보니 많은 꽃잎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며 눈내리듯 나리는 그 꽃잎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도 그냥 지나갔다.

다음날은 더이상 그 향기가 나지 않았다.
향수가 다 떨어진 모양이군...

집에 와보니..파란 잎사귀만달린 그저 평범한 나무가
서 있었다.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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