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pril 24, 2007

교만


방문을 열어보니 아무렇게나 방바닥에 쌓여있는 책들과 옷가지들이 있다.

날이 추워 열보존을 한다는 핑계로 이불을 넓직하니 깔아놓았더니

온 방안이 마치 무슨 고물상처럼 어지럽다.

이불을 개키고 이면지를 정리해 한쪽에 치워두었다. 그리고 책들을 하나 하나

책꽃이의 남는 자리에 넣었다. 보기엔 참 정리가 잘 된 방이되었다.

걸레를 빨아 바닥을 닦아내면서 연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큼직한 것들을 모두 치워 정리해 두어 말끔해 보이던 구석 구석에서

엄청나게 시커먼 먼지들이 쏟아져 나왔다. 책상 위, 비디오 위, 조그만

악세사리 하나 하나 위에 수북하니 먼지들이 쌓여 있었다.

책꽃이 받침대에도 수북히 쌓여있다.

닦아낸 걸레위에 두껍게 묻어나온 시커먼 먼지들.

내 마음 속에도 그동안 방치해둔 먼지들이 수북하게 앉아있었다.

보기엔 큼직한 것들을 잘 정리해 두어서 견고해 보였지만

그 안에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던 시커먼 것들이

너무도 수북히 쌓여있었다.

오늘은 하루종일 마음 속 먼지들을 보고 놀라는 하루였다.

저녁에 방 청소를 하고 난 후에야 마음 속을 걸레로

훔쳐냈다.

교만의 먼지가 가장 많았다.

교만함은 다른 사람의 교만과 꼭 부딪혀 소리를 낸다.

다른 사람과 갈등이 생긴다면 그것은 모두 내 교만함이

함께 반응해 내는 소리인 것이었다.

내 교만의 먼지를 마신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영적인

콜록거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콜록거림에 내 교만은 또 소리를 낸다.

콜록 콜록

콜록 콜록...





                          靑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