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pril 24, 2007

어머님 다라 비빔밥

김치거리가 비싸서 어머님의 눈초리는 요것 조것 만지작 거리며 들춰도 보

고 흔들어도 보시곤 그래도 자식놈처럼 묵직하고 단내가 물씬 풍긴 배추 몇

포기를 사들고 오시더니만 큰 갈색 다라(대야)에 그것을 푹 절여놓고 빨래

를 하신다. 손빨래가 모두 끝난후에 세탁기에 넣어 한번더 돌리시는 어머님

정성이 보통이 아니다. 하긴 다 큰 사내자식들 속옷은 아무리 강력한 세탁

기라도 그 빤스에 누렇게 뜬 자욱은(?) 빼기 힘들테니 말이다.

큰 다라에 수북히 쌓여서 배불뚜기가 되어있던 배추는 숨을 죽이면 푹 가라

않아서 얌전해 지고 어머님의 배추 다루는 솜씨는 본격적인 게임으로 들어

간다. 소금기를 빼기 위해 빨래하듯 물을 그득하게 붓고 씻어내기를 여러번

그것을 또 꾸욱 짜서 물기를 빼내면 김치가 될 자격이 되는 배추포기가 된다.

케로틴이 많이 많이 들어있다는 당근(32 킬로칼로리)을 채 썰어놓고 무우

(18 Kcal), 양파(35 Kcal), 파 등을 넣어서는 그 위에 고추가루를 듬뿍

넣어 버무린다. 가장 중요한것은 새우젓인데 예전엔 비싸서 멸치젓을 더 애

용하곤 했지만 그래도 만불 소득시대를 구가하고파서 새우젓을 2통 넣고는

손이 빨간 색으로 물들 때까지 잘 비비고 버무린다. 마지막으로 조미료를

넣어 맛을 내는데 가장 핵심적인 비법으로 조미료를 넣지 않으면 않을수록

먹는 사람 건강에도 좋고 어머님의 손으로 비비면 비빌수록(절대 고무장갑

을 끼고 버무려서는 안된다) 손맛이 어우러져 그 맛이 천상의 신선이 먹는

김치에 비견된다. 이렇게 버무리고 비벼서 하얀 허벅지를 드러내고 기절해

있는 섹시한 배추포기 사이 사이에 넣으면 된다.

모두 되었다 싶으면 곧바로 뜨거운 바람에 쐬이지 않고 산달에 가까워진 며

느리 대하듯 김치통에 넣어서는 하루정도 그늘진 곳에 놓아두신다.

마지막 절차로서 모든일에는 마무리가 중요하다고 했다. 용두사미는 훠이

훠이 하시면서 어머님 손맛이 잔뜩 베어있는 다라에 남은 빨간 양념 위에

김이 모락 모락 나는 하얀 쌀밥을 넣고는 그 위에 참기름을 쭈욱 떨어 뜨린

다. 그리고 아직 씻지 않은 어머님의 양념이 가득히 묻은 손으로 정말 보기

만 해도 침이 꾸울꺽 넘어가는 비빔밤을 버무려 주시는 것이다. 모두 비빈

후에 막 만들어져 김치통에 들어간 그 배추 속내를 몇개 따내어 쭈욱 쭈욱

찢어서는 비빔밥 위에 얹어 주신다. 그 커다란 다라(대야) 에 우리 삼형제

그리고 어머님 모두 둘러 앉아 먹는 점심은 가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요즘은 젊은것들이 모두 인스턴트 김치를 사다먹는다 어쩐다 하던데 여러분

도 어머님 다라에 빚어져 어우러진 그 다라 비빔밥을 좀 먹어보시구려....


배추꽃날에...



                              靑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