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pril 24, 2007
어버이 날
새벽녘에야 집에 도착했습니다.
현관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왔습니다. 안방 불이 꺼져 있습니다.
늦게까지 책을 보시거나 TV를 켜 놓으시던 아버지께서 주무시나 봅니다.
며칠전 어버이날, 아버지는 늦은 시간까지 약주를 드신후 집에 전화를
하셨더랬습니다. '영기야..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아버지 어디세요..제가 모시러 갈께요..'
'영기야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그리곤 전화가 끊겼습니다. 아버지의 핸드폰은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12시가 넘어서야 조금 취기에 겨운듯한 몸짓으로 아버지께서는 방문을
열어보셨습니다. 1시간 동안 큰아들의 삶에 대해 걱정어린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날 밤은 어버이 날 이었습니다.
저는 아버지께서 안방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묵묵히 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조만간 선교지로 떠날거라는 저의 말에
아버지의 마음 한켠에 서운함과 걱정이 함께 자리를 잡은 모양입니다.
환갑을 몇달 남짓 남겨두신 아버지의 어깨는 더욱더 연약해 보입니다.
장성한 아들이 예수전도단 간사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 못내 미덥지 않이신
모양입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 일하며 결혼도 해 손주를 보여주는
평범한 삶을 살지 않는 아들을 보시며 가슴에 걱정이 한줌씩 잡히시는듯
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미 주님이 부르실 때 예상되었던 것들이지만 어버이날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예수님의 마음을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저의 삶의 모든 자취를 보시며 안타까와 하시기도
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순간 순간의 모든 행보와 선택 속에서도 저의 영혼을 새롭게
하시고 인도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맛봅니다.
육신의 아버지의 마음이나 예수님의 마음이나 동일한 것이지만
다른것이 있다면 저의 삶의 모든 영역이 그분이 이미 원하시고 계획하셨던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저의 안정감은 오직 주님의 계획 속에 있다는 확신을 다시금 하게 되는
어버이 날 이었답니다.
아버지께서는 제가 살아내는 삶이 험한 길임을 아시고 계십니다.
하지만 제가 그 길 위에서 기꺼이 살아내고 기뻐하는 것을
보시며 영혼으로 안심을 하시고 계십니다.
다음 해 어버이 날엔 아버지께서 저의 선교사의 삶을 기뻐하시고
격려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완전하게 주님의 질서 속에서 살아내는 저를 통해
부모님의 영혼이 새롭게 되고 평온케 되실거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습니다.
오늘 밤, 이 순간에도 저의 영혼을 새롭게 하시는 주님을
찬양합니다.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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