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pril 24, 2007

The love of deaf

동대문 운동장 역.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하루 중 가장 붐빌만한 때여서

그럴까. 기계적인 습관으로 노란 선 가까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종종걸음으로 훅 하니 뜨거운 입김을 토해내는 전철 안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짙은 남색의 전철 의자는 일곱명이 앉으면 적당해'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던

눈은 빠르게 사람 수를 세어간다. 일곱명이 아닌데 널찍하게 사람들이 앉아서

다른 사람을 허용하려 하지 않을 때 나는 묘한 분기를 느끼곤 했었다.

그런 분기가 마음에서 꿈틀댈 때마다 왜 이런 결벽증 비슷한 것이

나를 어렵게 할까 하는 생각으로 전철 손잡이를 잡고 선다. 여전히 내 얼굴은

부조리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그 사실을 깨닫게 되어 조금은 미안해 지길 바라는 눈빛이

되어버린다. 여전히 여섯명이 앉아 있다. 무슨 편집증 환자같은 생각일까 하는

자책이 금새 헤집고 들어선다. 다른 한켠엔 중학생 세명이 앉아 노트에 무언가

열심히 쓰고 서로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뭘 저리도 열심히 공부할까.. 그들은

말도 없다. 마음에 집중을 하면 늘 그렇듯 머리가 아파오곤 했다. 분한 마음은

아드레 날린 분비를 가속시켜 뇌 세포를 파괴하는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글

귀를 어떤 잡지에서 읽은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아이들은 여전히 말없이 열심

히 무언가를 쓰고 서로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아! 아이들은 벙어리들 이었다

수화를 하는 대신 공책에 말을 글로 써내던 것이었다. 종종 전철에서 손짓과 표

정, 그리고 눈짓으로 의사소통하던 벙어리들을 본적이 있었다. 주위의 다른 사

람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집중해서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며 손짓을 하는

그들의 마음이 어떤 마음일까늘 궁금해 했었다. 또 그들의 수화가 정말 내가 말

을 하듯 똑같은 뉘앙스로 의사소통이 될까하는 의구심이 내내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 의구심은 내 눈을 그들에게 계속 집중하게 하곤 했다.

어느날은 정말 아름다운 여성이 자리에 차분하게 앉아있는것을 본적이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한번씩 흘끔거릴 만큼 아름다운 면모를 갖춘 여성이었다.

그녀는 동행한 늙은 여인과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도 벙어리였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불쌍한 마음이 들었었다.

그녀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전혀 흐트러지지도 산만해지지도 않고

평안한 표정으로 수화를 하며 즐거워 하고 있었다.

답답하지 않을까...

그들은 그들만의 언어로최선을 다해 서로를 표현해 내고 있었다.

그들의 몸짓과 손짓은 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는시끄럽지도 아우성도 아닌

사랑의 소리 감정의 소리였다. 무언의 소리, 손짓의 소리, 표정의소리.

말의 속도를 따라 표현하기 위해서 절제된 언어로 표시되는 것이 수화였다.

수화를 하면서는 다른 욕을 하거나 분기를 표현해 내기엔 너무도 아까운 시간들이었

다. 그들의 언어는 정말 하나님의 언어였다. 온몸을 떨면서 내는 몸의 언어였다.

소리를 가진 ,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얻어진 내 혀의 소리들.

난 말이 가진 파괴를 계속 맛보고 있었다. 마음의 분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말.. 소리를 가진 말.. 그 혀의 소리가 얼마나 쉽게 상처내고 상처받는데 사용

되었던가. 저 벙어리들이 가지지 못한것을 가진 내가 얼마나 쉽게 그것을 사용했던가.

분내고 그것을 표현해 내고, 경멸하고, 시기하는 말들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안경을 낀 벙어리 중학생 아이들은 여전히 공책에 말을 쓰고 보여주고 있었다.

소리가 아닌 글자도 그들에게 너무도 아름답고 소중한 매개였던 것이다.

벙어리들은 세상의 모든것을 아름다운 언어로, 온 몸을 사용해 만들어내는

사랑의 소리, 자기 표현의 소리를 내는 것으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이번 정차역은 명동, 명동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한 사람이 일어서자 짙은 남색의 전철 의자는 널찍하고 넉넉한 자리를

만들어 냈다.

난 계속 서서넉넉한 그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키가 작은 한 아주머니가

노련한 눈매로 자리를 탐색하다가 허둥지둥 뛰어온다.

그녀는 미안한듯 힐끔 바라보곤 구석으로 붙어 앉아 옷 매무새를만지작 거린다.

옆자리가 비어있는 것이 어색한지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을 한다.


그녀는 벙어리가 아니었다.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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