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pril 24, 2007

할머님의 돌아가심

 
온 가족이 함께 모일 계기가 된 할머님의 장례식.

가족 공동체의 인간적인 유대가 여실히 드러나는 때가 바로 사람이 그 생을 마칠

즈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참으로 많은 분들이 부조를 하러 오셨고 나중엔

음식이 모자랄 정도였다고 하니 그 상황이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서울에서

미리 장지로 내려와 하루밤을 보낸 후 번성한 자손들이 모인 곳에서 할머님의

하관식이 있었습니다.

세상이 정말 쉽고 빠르게 변했다는 말이 실감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묘 자리를 고르고 땅을 파내는 것도 포크레인으로 단 몇 분만에 끝났고

입관하고 흙을 쌓아가며 때(잔디)를 이식하는 시간도 간단하게 끝났습니다.

포크레인의 차가운 쇠가 탁탁 무덤위의 흙을 마지막으로 다지고 난 후 그곳에

마지막 때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 번성한 자손들이 모여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빠르게 빠르게 라는 세상의 구호와 함께 사람의 감정과 죽음에 대한

숭고한 묵상이 사라져 감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86세라는 삶을 마치고 평안하게 눈을 감은 고인을 입관하고 그 위에

한줌의 흙을 떨어넣을 때 모든 사람들이 생의 마지막에 대해 묵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 삽 한 삽 흙을 쌓고 다져가는 작업을 수 시간에

걸쳐 해내던 옛 묘지 조성을 생각할 때, 그 때는 모든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또 삶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마음 한켠이 안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관의 방향을 조정하는 지관의 일종의 포퍼먼스와..애곡하는 포퍼먼스..

그리고 간단하게 기계를 동원한 흙의 쌓음. 그리고 모두 불에 태우고

버스를 타고 휙 자취도 없이 각자의 삶의 장소로 사라져 버린 자리.

어떤 온기도, 삶의 여로도, 죽음에 대한 진지한 묵상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할머니의 평안한 돌아가심 속에서 저는 모든 욕심의 파쇄와

모든 것들의 용서와 풀어짐을 맛보았답니다. 그분은 아무런 애착도 갖지

않으시고 평안하게 아이처럼 돌아가셨답니다.

저는 삶의 모든 순간을 이제 내가 돌아가는 그 시간처럼 가지고 싶습니다.

풀어내고 자유케 하며 용서하게 하는 인자가 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그분께서 계속 그렇게 저를 묵상케 하십니다.

사랑합니다.  할머니.

안녕히 가세요.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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