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pril 24, 2007

똥개

 
시험이 끝나 마음 한켠에 자리잡았던 부담감이 사라졌다.

자취하는 지체의 집으로 향해가던 길가에 자그마한 똥개 녀석이 이상한 품새로

지나치고 있었다. 그 똥개 녀석을 가만히 보니 네 다리가 모두 휘어서 안장 다리를

하고 있었다. 어찌된 일일까, 잘 먹지 못해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다리가 휜 것일까.

아니었다. 그 똥개 녀석은 이미 배가 자신의 몸뚱이의 두배나 불러 있었다.

너무 많이 먹어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다리가 휘어 있었던 것이다.

아마 단시간에 그렇게 휘었을리는 만무했다.

오랜 시간 그 녀석은 자신의 무게보다 더 많은 욕심의 덩어리로 살을 찌워 나갔을

것이다.

그 똥개 녀석을 지나치며 우리의 삶이 투영되어 나타났다. 그랬다, 현실이라는

무게에 짓눌려있는 우리의 영적인 모습. 그 똥개의 휜 다리는 내 영의 휜 다리를

대변하고 있었다.

종종 여러가지 이유로 하나님께 가까이 가지 못하는 내 영혼. 현실이라는

먹음직 스러운 것들이 내 안에 가득히 채워져 그 무게에 짓눌려 버린 내 영혼.

시험이라서, 직장일 때문에, 데이트 해야 하기 때문에, 교회의 과중한 사역

때문에... 다양한 현실의 무게가 영혼의 다리를 휘어가게 만들고 있었다.

현실이 주는 기름진 것들은 시나브로 내 영혼의 비계덩이를 불려가고 있었고

현실의 다양한 이유들이 기도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저 평범한 모습으로

교회에 왔다 갔다 하며 적당히 직장생활하며 내가 왜 교회에 가는지 정확한

이유도 모른채 습관적인 삶을 살아갔다.

누군가 예수님 믿으세요 외치며 다닐 때, 누군가 모든것 다 포기하고 선교사로

나갈 때, 시니컬해진 나는 이렇게 되뇌이곤 했다.


나는 똥개다!



                          靑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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