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pril 24, 2014

저는 지금도 어느 장소 어느 공간에 들어가든지 약 10초안에 본능적으로 비상구는 어디며............

저는 지금도 어느 장소 어느 공간에 들어가든지 약 10초안에 본능적으로 비상구는 어디며, 창문은 어디에 위치해 있으며, 긴급한 화재가 나거나 강도가 들이닥쳤을 때 어디로 어떻게 피해야할지 머리로 상상을 해봅니다. 물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사용할 때 유리창을 깰 망치는 어디에 있는지 본능적으로 찾아보며 사고시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시뮬레이션을 합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훈련에 의해 몸에 습관이 된것입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만약 이번에 침몰한 세월호 안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당연히 위에 말한 습관대로 모든것을 살폈겠지만, 추가 방송과 안내가 있을 때까지 객실에서 기다리라고 했다면 저는 어떻게 하고 있었을까요? 민주시민이자 공공의 질서를 잘 지키는 선량하고 성숙하며 교양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제가 당연히, 배를 책임지고 있는 선장을 비롯 모든 승무원(리더들)을 믿고 신뢰하며 객실에 남아서 기다렸을 겁니다. 그렇게 했다면, 저는 아마 이번에 목숨을 잃은 미래의 리더들이될 아이들과 똑같이 차가운 물속에서 죽음을 맞이했을겁니다.

저를 보호하고 살릴 수 있는 본능적으로 몸에 습관이 된 훈련도 사회와 시스템, 그리고 그것을 책임지고 있는 리더들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신뢰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듯 합니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때 선장을 비롯 모든 승무원들을 믿고 철저히 그들의 말을 따르며 많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그런 훈련과 신뢰가 동시에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고속도로에서 경찰의 지시에 의해 멈추고 그 지시를 따르며 기다려도 걱정이 없는 것은 그들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신뢰 자체가 없고 또 만들 생각이나 행동조차하지 않는 리더와 시스템 그리고 사회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강도가 경찰 옷을 입고 나에게 다가올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그가 강도임이 자명할 때, 거짓말 장이가 분명할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저는 제 세 아이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어 볼겁니다. 제 세 아이들은 이 순간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물어볼겁니다. 그리고 아버지인 저라면 어떻게 반응할지도 나눌겁니다. 

많은 것을 생각해보는 때입니다. 세월호에서 희생된 모든 아이들과 가족들을 위해 깊은 기도로 위로합니다. 대한민국의 기본적인 신뢰를 깨버린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그것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단순한 신뢰의 회복이 아닌 강력한 정의와 신뢰, 공의가 회복되기를 기도합니다. 강도가, 거짓말 장이가 마음대로 신뢰를 깨고 좌지우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기도할겁니다.

by Y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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