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February 15, 2013

아비의 손

아비는 목수(木手)였다
밭일 하러간 어미대신
아비는 막걸리로 젖을 삼고
나이테를 가로지르는 망치소리를
내 깊은 심연의 자장가로 뿌리 내리게 했다

어미가 내 탯줄을 묻었다는 남해(南海) 해변가 
아비가 만든 짠바람을 품은 목선(木船)은 
아비의 톱과 대패로 화장을 했고
긴 쇠못으로 옷고름 삼았다

곱게 올린 머리(船頭)에
길게 뻗은 치맛자락을 붙잡고
구름을 품은 쪽빛 해수(海水)에
몸을 던진(進水)다.

누이는 부정탄다는 미신에
배에 오른 남동생(我)을
바라보며 생떼를 써보지만
진달래 연지곤지 두른
바위가 뿜어내는 하얀 포말들이
금새 삼켜버린다.

남해(南海)가 그려놓은
바위 나이테는 원래 이리도 급했을까
목수였던 아비의 큰 손이
아이 손같이 힘없고 작아졌다
목사(牧師)가 된 아이의 큰 손이
아비의 손을 잡고 간다

by 김영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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