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둘째는 학교에 갔고 엄마는 강의를 들으러 갔다. 막내딸은 진푸른 색소가 들어간 라스베리켄디로 입술 주변을 모두 파랗게 만들고 있다. 새벽까지 읽던 인도 뭄바이를 배경으로한 책 "Behind the beautiful forever" 에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그곳에 살던 나에겐 너무도 익숙하고 생생해서 그랬는지 마음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목이 칼칼하고 몸이 무겁다.
양파껍질 차를 마시며 바라본 창밖엔 겨울이 종종걸음 행렬을 하듯 듬성 듬성 흔적을 남기고 있다. 봄 꽃이 소리없이 그 자리로 들어올 텐데 내 마음은 아직 설레임이 없다. 책 속에 등장하는 뭄바이 슬럼가의 인생들이 밤새 마음에 대고 소리를 쳐서 그럴지도 모른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면 괜찮아 질것이다. 힘없이 창가로 흩어지는 아침 햇살이다.
by 김영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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