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속 내 얼굴엔 흰수염이 올곧이 돋아있다
왼쪽에 듬성듬성 찌를듯 서 있고
오른쪽엔 꼬불꼬불 소나무같다
귀밑머리부터 턱 끝까지 자라난 무성한
수염들중 하얀 것들이 듬성 거리자
검은 뒷머리와 이마 윗 머리카락들이
낙화암 삼천궁녀처럼 사라져 간다
검은 머리카락들이 혈기를 빼며
낙화암으로 달려가니
그제서야 겸양의 지혜가 턱에서부터
흰 세마포입를 입기 시작했나보다
저 하얀 것들 중에도
꼿꼿한 고집을 피우는 녀석들과
힘을 빼고 보드라운 형상들이 있으니
어찌 한 얼굴에서 두 고집이 함께할까
by 김영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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