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로서 한국에서 가장 어렵고 괴로웠던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국예수전도단을 시작했던 오대원 목사님께 누군가 질문을 했다. "한국의 아무것도 나를 어렵게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미국에서 온 같은 선교사들간의 갈등, 시기, 비교 등이 나를 가장 어렵게 만들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오대원 목사님의 일만이 아니었다. 아내와 내가 인도 땅에 선교사로 갔을 때도 인도 사람, 음식, 날씨, 그외 어떤 열악함도 아닌, 주변의 한국인 선교사들간의 긴장과 관계의 깨짐, 열등감을 가진 선교사들의 비교의식 등등이 연출하는 살벌한 분위기가 가장 큰 어려움 이었다. 다행이 아내와 나는 국제 YWAM 베이스 식구들과 공동체를 이루어 그것으로부터 조금은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었지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덤벼오는 사람들에 대해선 속수무책이었다. 대부분 일인 선교사로 선교지에 와 있던 사람들은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하고 그런 묘한 갈등과 관계의 어려움으로 우울증까지 걸리곤 했다. 같은 교단출신끼리 뭉쳐다니다가 자기들 끼리 또 관계가 깨지곤 하는 모습을 두루 보게 된다. 그들중엔 그 긴장과 갈등을 이기지 못해 몇년을 못버티고 선교지를 떠나 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일은 비단 선교지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언어와 문화 그리고 피부 색깔이 틀린 타국에 나가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미국에 유학생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학위를 마치고 하루속히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주 목적인 유학생 가족들은 굳이 자신들이 현재 속한 문화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언어를 배우지 않아도, 관계를 만들고 확대해가는 것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당장 살수 있고, 유학생활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로 주변의 몇 몇 되지 않는 한국인 가족들과만 또는 같은 학교 출신, 교단 출신, 고향출신과만 좁은 교제의 관계를 갖게 된다. 극단적으로는 집, 교회, 도서관만 오가는 유학생도 발견하게 된다. 보고된 공통된 특징은 지속적인 긴장과 갈등, 재정의 어려움, 비교, 열등감, 우울증, 자기비하로 인해 유학을 당장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까지 겪게 된다. 유학생의 배우자는 유학하는 당사자보다 작게는 2배에서 3배에 달하는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보고된다. 이로인해 잦은 부부싸움, 때로는 이혼에까지 이르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가까이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과의 미묘한 갈등, 비교하는 마음, 열등감이 작용해 아예, 관계를 단절해버리거나, 무시해 버리기, 왕따 만들기, 가장 가까운 한 가정에 집중하기 등의 안순환을 생산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성인이 되어서도 아이들이 하는 유치찬란함을 선택하고 있는 자신을 아예 볼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것을 방지하고 개선할 수 있을까? 최 우선순위는 먼저 자신이 넘쳐흘러야만 한다. 당장 영적, 지적, 육체적, 재정적, 관계적으로 넘쳐나지 못하니 늘 주변에 그것을 요구하고 다른 무엇인가로 채우려고 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것을 채워주지 못한다. 가장 가까운 아내도, 남편도 스스로 메말라 있어 서로에게 요구만 할 뿐 채워줄 수 없다. 그래서 신앙을 가진 사람들, 목회자들은 당장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야만 한다. 자신의 현재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깨닫도록 조명해줄 하나님이 필요하다. 도서관 책이 아닌 것이다. 때로는 정기적인 쉼과 가족만 따로 홀로있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영적 필요를 채우는 것이 필요하다. 식사준비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컨퍼런스에 참여해 영적 필요를 채우는 것도 좋다.
두번째, 스스로 영적으로 채워지기 시작할 때 가까운 이웃들과 교제의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되도록이면 여러나라 사람, 인종과 교제하도록 열린 마음을 가져야만 한다. 이 때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된다. 관계하고자 하는 의지와 태도, 마음을 주변의 사람도 느끼게 된다. 혀로 만들어지는 언어를 앞서는 눈빛, 마음, 태도의 언어가 서로 다른 인종과 문화간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유대를 만들어내는 놀라운 일을 경험하게 된다. 이 때 주의해야 할것이 있다. 내가 너무 힘드니, 집착해서 내편으로 만들려는 욕심이 없어야 한다. 내편, 내편 함으로써 그 관계는 속박이 되고, 다른 사람들이 그 관계속으로 들어올 수 없게 된다. 그리하면 나도 모르게 왕따 놀이를 하게 된다.
세번째, 이런 관계의 확장과 더불어 육체적 채움도 동시에 필요하다. 잘 쉬고, 자고, 먹어야 하며, 지속적인 운동도 필요하다. 이 때도, 좁은 관계를 형성해 쉬고, 자고, 먹고, 운동을 하려는 경향성을 발견하게 될것이다. 반드시 그러한 경향성을 떨쳐 버리고 다양한 관계 안으로 스스로 뿐만 아니라 가정의 구성원들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시작할 때 더이상 현재 머물고 있는 다른 문화, 언어, 인종이 있는 장소가 멀게만 느껴지지 않을것이다. 더불어, 몇몇 되지 않는 한국인 이웃들과도 오히려 건강하고 아름다운 관계, 서로의 바운더리(경계)를 지켜주는 유쾌한 관계를 유지하게 될것이다.
한번 시도해 보라. 열매를 맛볼것이다.
by 김영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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