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20, 2016

말의 흔적 (4월 19일 한국일보 칼럼)

얼마의 돈을 주면 인터넷에 남겨진 자신의 기록을 지워주는 회사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 기록을 지우는 것이 현재 다시 시작하는 관계나, 새로운 직장 지원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한다. 재미난 것은 기업들 심지어 교회들까지 새로운 사람을 고용할 때 인터넷 어딘가에 존재하는 지원자의 흔적을 찾아 검증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남겨진 흔적이 자신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두려워 하는 사람의 심리는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아예 지면(紙面)이나 인터넷상에 글을 남기지 않고 말로만 표현 한다는 사람도 있다. 말로만 하면 녹음을 하지 않는 이상 휘발돼서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증거가 남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도 옛말이 돼버렸다. 왜냐하면 물리학과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공간에 남겨진 아무리 오래된 소리라도 그 세미한 흔적을 검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컨데, 20016년 2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유럽중력관측소(EGO) 등이 협력한 천체물리학계에서 우주가 생성될 때 만들어진 미세한 중력파의 존재를 검출하는데 성공했다고 전세계에 발표했다. 다시 말해서, 우주가 생성될 때 생겼던 소리(Wave)가 사라지지 않고 지금도 공간속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발표에 앞서 영국의 한 과학자는 런던 시내에서 한달전, 일주일전, 하루전에 사람들이 한 말들이 소리 진동으로 사라지지 않고 떠돌아 다니는 것을 특별한 장치를 통해 검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요컨데,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온 말들이 일주일 또는 한달이 지나서도 그대로 공간속에 존재해 돌아다니고 있으며 그 흔적을 찾아 언제 무슨 말을 했는지 복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뱉어낸 말이 오랜동안 사라지지 않고 그 흔적을 고스란이 남기고 있을뿐만 아니라 언제든 그 말을 되살릴 수 있다는 엄청난 과학적 사실에, 가십과 험담으로 뱉어낸 말들을 지워 달라고 간절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넘쳐나지 않을까 싶다.  아내와 남편, 아이들과 이웃들에게 함부로 말했던 것, 상처 주었던 말들, 화나게 만들었던 말들, 모욕하고, 저주하고, 폄하했던 말들의 흔적을 돈을 받고 지워주겠다는 회사가 나타날 수도 있을것이다.

아마 그 회사는 악한 말, 거짓말, 아첨의 말, 비방의 말, 노한 말, 남의 말, 용서의 말, 원망과 불평의 말, 위로의 말, 참소하는 말, 축복과 저주의 말, 진실한 말 하나 하나에 가격을 따로 따로 매겨 돈을 받겠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도 절대 망하지 않을것이다. 왜냐하면 말을 만들어내는 혀는 쉬지 아니하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 (약 3:7) 이며 칼과 같이 날카로와서 (시57:4)  파괴적인 힘으로 상처를 입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말의 흔적을 고스란이 검출해 낼 수 있으니 늘 조심하라는 경고가 물리학과 과학기술보다 수천년 앞서, 이미 성경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뭇사람을 심판하사 모든 경건치 않은 자의 경건치 않게 행한 모든 경건치 않은 일과 또 경건치 않은 죄인의 주께 거스려한 모든 강퍅한 말을 인하여 저희를 정죄하려 하심이라 하였느니라” (유1: 15-16).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들은 사람이 뱉어낸 말을 검출해 내는 과학기술이 나타나기 전부터 이미 “여호와여 거짓된 입술과 궤사한 혀에서 내 생명을 건지소서” (시120:2) 라고 간절히 기도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남긴 말은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한국일보 링크:
http://chicagokoreatimes.com/%EB%AA%A9%ED%9A%8C%EB%8B%A8%EC%83%81-%EB%A7%90%EC%9D%98-%ED%9D%94%EC%A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