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y 16, 2013

봄을 심어야겠다

아내와 함께 장을 보러나가는 길
사방의 나무들이 긴 겨울 껍질을 뚫고 숨을 고른다 
아직 초록의 영롱함이 뚝뚝 떨어지지는 않지만 
연한 그대들의 손마디가 순하기만 하다 
밀워키 에비뉴를 빠져나와 시장에 이르니 
고추와 애호박 그리고 오이 모종이 
햇살좋은 마당에서 삐약거리는 병아리들 같다 
이미 아내의 손에 들려있는 씨앗들과 
파릇하게 돋아난 모종을 번갈아보며 
어찌할까 어찌할까 망설이는 마음이 
봄향연에 춤을 추고싶은 망아지처럼 즐겁다 
아이들과 텃밭을 함께 갈면서 
그 고운밭에 작은 손으로 심은 씨앗에 함께 물을 뿌리며
봄을 눈으로 보자고 했던 처음의 생각에 마음이 붙들린다 
그렇다 봄은 연한 순둥이의 계절이 아니다 
긴긴 겨울을 이겨낸 두껍디 뚜거운 나무 등걸을 
거침없이 뚫고 나오는 강하고 부드러운 생명의 계절이다 
여름의 성장과 가을의 열매를 온전히 품고 있는 
엄마의 젖가슴과 같은 계절이다 
 어스름 땅거미가 질 때 
 아이들과 함께 봄을 심어야겠다 

 by 김영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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