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y 2, 2007

Ta Ra Rum Pum

오랜만에 함께 일하는 인도인 친구들과 바시(Vashi) 에 있는 극장에 갔다. 마침 좋아하는 배우 샤이프 알리 칸(Saif Ali Khan)과 라니 무커리지(Rani Mukerji)가 함께 등장하는 영화 'Ta Ra Rum Pum' 이 상영되고 있었다. 매번 새로운 힌디 영화가 나올 때마다 영화에 열광하는 여느 인도 사람 못지 않게 나 또한 어떤 스토리의 영화일까 궁금해 하곤 한다.

지금까지 보아온 대부분의 힌디 영화가 전형적인 볼리우드(Bollywood)영화의 특징인 마살라(Masala)-춤과, 음악, 스토리가 모두 섞인- 영화였고 헐리우드(Hollywood)영화 여러편에서 스토리와 장면을 가져와(거의 흡사) 짜집기한 형태였지만 그래도 인도화된 영화여서 재미가 있었다. 이번에도 유명한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여서 재미가 쏠쏠할 것으로 기대하며 극장에 들어갔다.

TV Teaser 광고 한 장면

매일 매일 5시간씩 전기가 나가는 뭄바이의 전력 사정을 걱정하며 극장이 있는 지역에서는 전기가 나가지 않기를 기대했지만 여지없이 전기가 중간에 나가고 발전기를 돌려 영화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에어컨도 나오지 않고 오직 대형 선풍기가 신바람나게 돌아가는 인도의 전형적인 극장 안에는 평일 낮인데도 많은 가족들이 아이들과 동행해서 영화를 보기위해 앉아있었다.

영화의 스토리는 당연하듯(?)이 1990년에 릴리즈되었던 탐 크루즈(Tom Cruse) 주연, 토니 스캇(Tony Scott) 감독의 '폭풍의 질주(Days of Thunder)'를 97% 가져다가 그대로 인도식으로 만들어놓은 영화였다. 인도에는 헐리우드 영화가 자주 릴리즈 되지 않았던 점을 생각하면 인도사람들의 대부분이 모를것이다. 안다고 해도 전형적인 마살라 영화로 변신시켜놓으면 인도 사람의 구미에 잘 맞기에 어느 누구도 표절이니 어떻니 논쟁을 하지 않는다. 그냥 영화로 뜨거운 날씨와 인도의 모든 부패로부터 해방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미국의 도시를 배경으로 자동차 경주에서 경주차의 바퀴를 갈아주는 일을 하던 라지브 싱(Rajeev Singh-Saif Ali Khan)은 해리라는 자동차 경주 매니저가 운전하던 택시를 직접 운전하기 위해 운전석에 앉는다. 출발직전 라디카(Radhika-Rani Mukerji) 라는 피아노를 전공하던 학생이 택시에 올라타고 라지브는 레이싱 하듯이 운전을 해 라디카의 목적지에 이른다. 해리는 라지브의 운전 실력에 감탄을 하며 그에게 실제 경주에 도전해보길 제안한다. 운전석에서 나오다 라디카와 부딪쳐 넘어지면서 라지브는 라디카에게 한 눈에 반하고 만다.
영화의 한 장면


라디카가 아이팟(i-pod)이 망가진듯 하다며 친구와 불평하는 동안에도 우연하게 라지브와 만나게 되고 그 우연은 두사람을 첫 레이싱 경기장에서 만나게 한다. 라지브는 본능적이고 천부적인 실력으로 많은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두 사람은 더욱더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혼을 약속한다. 라디카는 아버지에게 라지브를 소개한다. 그러나 라디카의 아버지는 라지브가 대학을 마치지 못해 결혼후 크게 후회하게 될것이라고 경고하며 결혼을 반대한다. 라디카는 우리는 이미 결혼을 약속했기에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라지브의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제공한 대형 집과 최고의 차량 그리고 눈부신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으며 두사람은 결혼한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딸과 아들이 동참해 가정을 이루고 딸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된 영화는 온 가족이 응원하는 레이싱 경기장으로 이동한다.

모든 소설과 영화가 그렇듯 사건의 복선을 상징하는 아들의 조그만 무선 자동차가 등장한다.경기장에 들어선 라지브는 경기장을 가득 채운 군중들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들을 발견한후 자동차에 오른다. 그리고  1990년에 릴리즈 되었던 헐리우드 영화 '폭풍의 질주(Days of Thunder)'의 내용과 100% 같은 사건이 동일한 촬영각도(?) 와 스릴로 전개된다.

비록 다시보는 인도식으로 변화된 'Days of Thunder' 였지만 의자의 양쪽 손잡이를 꼭 잡으며 온 몸이 쭈뼛 쭈뼛 하는 짜릿함을 맛보게 하는 스릴 넘치는 스피디한 자동차 경주 장면이 압권이었다. Saif Ali Khan의 연기도 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어쩌면 인도 사람들은 이리도 뻔뻔하게 헐리우드 영화를 배끼고도 능청스럽게 인도,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쉬 등 서남아시아등에 수출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싫지 않다.

영화의 한 장면

라지브는 악당의 인상(?)을 한 경주차량과 마지막 레이스를 하던중 상대차량의 거친 공격으로 차량이 전복되는 큰 사고를 당한다. 1 년 간의 재활훈련을 거친 후 다시 자동차 경주에 도전하게 된다. 수 많은 군중들과 매스컴에서 그의 재도전에 큰 기대를 한다.

경기는 새롭게 시작되고 의욕 넘치게 선두에 이르지만 1년전의 악당 운전자가 탑승한 차량이 바로 옆에서 사고와 동일한 상황이 재현된다. 라지브는 사고의 충격이 정신적인 영역에 그대로 남아있어서 겁을 먹고 속도를 줄이고 만다. 사고의 후유증(Trauma)은 그가 다시는 경주를 하지 못하도록 했고 그의 매니지먼트 회사에서는 그로부터 손을 뗀다.

라지브가 믿었던 매니지먼트 회사에서는 그의 이름으로 어떤 돈도 남겨두지 않았고 그가 살던 저택은 은행빚을 얻어서 그에게준 것이었다. 냉혹한 세상에 놀랄 겨를도 없이 그가 라디카에게 선물한 결혼반지까지 경매에 부쳐지게 된다. 두 아이와 졸지에 거리로 내몰린 라지브와 라디카 부부는 아이들에게 TV 에서 생중계하는 Survival 게임을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며 물도 나오지 않는 작은 아파트로 들어간다.

아이들의 학교 학비등을 대기 위해 직업을 구하기 위해 이곳 저곳에 시도를 해보지만 대학 졸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속 거절을 당한다 (인도식 사고방식으로 미국을 왜곡 시켜놓은것 같다.).
영화의 한 장면

라지브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학교에서의 점심 급식을 끊지 않기위해 택시 운전을 하게 되고 라디카는 레스토랑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일을 얻게된다. 매일 매일 굶기까지 하면서 살아가는 날의 연속속에서 가정의 어려움을 알아차린 딸과 아들이 점심을 굶으며 돈을 저축하다 아들이 영양실조의 심각한 병에 걸린다.

병원에서는 보험이 없는 라지브에게 엄청난 병원비를 이야기하고 그것을 내지 못하면 아이가 위험하다고 말한다. 역시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은 모두 동일한 것일까.(나 또한 딸,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영화를 보다가 눈물을 흘릴뻔 했다.) 라지브는 경주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를 찾아가서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장면은 흡사 '신데렐라 맨' 의 한 장면을 보는듯 하다.- 인도 영화의 힘  ^^ ) 몇 백불을 손에 쥐어주고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씩 도와주라고 하는 전 매니지먼트 대표에게 돈을 돌려주며 라지브는 집으로 돌아온다.

처음에 그에게 경주에 도전하기를 제안했던 해리는 라지브에게 다시한번 도전해보자고 한다. 그리고 라지브가 살고있는 동네의 동네사람들로 구성된 팀을 만들어 재 도전한다.

그리고 인도식 사고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Pay back'  장면이 연출된다.  사실 헐리우드 영화  'Days of Thunder'  에서는  절대 pay back  하지 않는다. 정의가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해 상대방에 대해 '이에는 이' 로 응대하지 않는다. 탐 크루즈는 자신의 차를 전복시켰던 상대가 동일한 방법으로 자신을 공격할 때 자신의 꾀에 스스로 빠지도록 차량을 뒤로 빼서 그 차량이 스스로 전복되어서 승리하게 된다.  그러나 전형적인 인도 힌두이즘이 영화에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인지 라지브는 차량을 뒤로 빼서 위치를 바꾼 후 그 차량을 공격해 전복되도록 하면서 모든 두려움의 후유증을 극복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통쾌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매우 슬픈 비애를 느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얼마나 많은 젊은 인도 사람들과 운전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지게 될까 걱정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사실 인도 사람의 70%는 도로상에서 안전운전의 방법과 도로교통법에 대해 전혀 교육받지 않고(Times of India) 운전을 하는 도로위의 폭탄과도 같은 사람들이다.

아무리 운전을 조심스럽게 해도 사고가 나게 마련인 인도의 운전 문화, 백미러를 절대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인도의 운전 문화에 석유를 끼얹는듯한 이 영화는 자칫 잘못하면 정말 위험한 영화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매우 인기있는 배우들과 재미와 스릴이 잘 버무려진 마살라 영화(Masala Movie)이기에 그 악영향은 더 클 수 있다.

이 영화를 본 많은 인도의 젊은이들이 영화를 그대로 흉내내어서 도로상에서 함부로 운전하며 자신에게 위협이 된 다른 차량에게 Pay back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지난 7년동안 인도에서 가장 차량이 많은 뭄바이의 도로에서 운전하면서 이 영화이상으로 무섭게 질주하며 운전하는 인도의 자동차들을 보아왔기에 내 희망이 그냥 희망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그래도 재미있는 힌디 영화.  별 세개!!!

참고 : 모든 사진의 출처는 "yashrajfilms" 에 있습니다.

이 글의 모든 저작권은 김영기 에게 있습니다. 글을 참고시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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