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September 2, 2014

시카고 시각 새벽 두시.

시카고 시각 새벽 두시, 중학교 1학년 때 가난한 집안 학생과 부잣집 학생들을 차별하며 부모들로부터 하얀 봉투를 끊임없이 받던 담임선생님이 갑자기 생생하게 생각나는 것은 무슨 일일까? 자신을 향해 웃었다며 교실로 들어와 학생에게 이단 옆차기를 하며 욕을하던 레스링선수 출신 체육선생님의 육중한 몸도 생각난다.

그리고 오후 5시면 움직이던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과 자동차들이 완전히 멈추고 사방에 울려퍼지던 애국가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던 것도 떠오른다. 차별없는 학생 돌봄을 보여주셨던 중학교 2학년때 담임이셨던 여자 국어선생님도 생각난다. 차별없던 그 선생님이 너무도 좋아 국어책을 몽땅 외워버려서 당시 전국 등수가 나오던 모의고사 성적표에 내 국어 성적은 늘 전국 1등이었다.

다른 학생들을 잘 깎아 만든 향나무 몽둥이로 때리던 수학을 가르치던 3학년 담임선생님이 유독 나에겐 모든 질문에 상세히 설명을 해주며 마치 따로 과외선생님을 하시듯 가르쳐 주셨던 기억도 난다. 그래서 나는 중학교 3학년때 수학이 즐거웠다. 

인형처럼 예쁜 미모를 가졌던 영어선생님은 나에게 늘 멀고 먼 성에 사는 공주님 같은 분이셨다. 그분의 언어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내 영어 성적은 늘 빵점 이었다. 하이 수미 (Hi Sumi), 하이 민수 (Hi Minsoo), 파인땡큐엔유(Fine thank you and you?) 하며 성문종합영어를 달달 외우게 하던 그 영어는 나에겐 멀미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제와서 깨달은 것은 나는 한국 영어교육의 피해자였다. 오늘 이 새벽에 갑자기 이 모든것들이 마치 영화를 보듯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은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아프지 않은것을 보니, 그 모든것을 내 속에 있는 내가 모두 놓아주었기 때문이리라. 

by YK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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