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내를 두고 있다는 것은 깊은산속 작은 연못위에 소금쟁이가 있는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분주한 태양도, 꽃 향기를 지고가는 바람도 나뭇가지를 오가는 새들도 모두 연못을 거울삼아 지나갈 뿐 연못의 고요한 침묵에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그러나 어디서 왔는지 소금쟁이는 그 작은 몸으로 열심히 연못과 이야기를 한다. 소금쟁이가 만들어낸 동그란 파문은 연못의 목을 간지럽히고 유쾌한 노래로 어깨를 술렁이게 한다.
오늘 오후 그 소금쟁이와 그녀를 닮은 세 아이와 함께 나일즈의 아씨마켓에 가서 장을 봤다. 아이들은 소금쟁이와 사는 내 어깨가 덩실 덩실 즐거울 때마다 과자를 사달라고 조른다. 소금쟁이 엄마는 늘 "안돼 (NO)" 를 입에 달고 있지만 그 소금쟁이와 사는 나에게 이야기 하면 대부분 "그래 이것이 정말 필요한것인지 생각해 보자, 기도해보자" 라고 여지를 두고 종국에는 "자~ 꼭 한개씩만~본인이 직접 고르도록~" 으로 결말이 난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잘 알고 있다.
한가지씩 자신이 고른 한국에서 온 과자들(Made in Korea)을 들고 신이나 있는 아이들을 보고 소금쟁이도 대뜸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모찌 아이스크림" 을 사도 되냐고 어깨를 두드린다. 사실, 그냥 집어서 장바구니에 넣고 함께 계산하면 되는 것임에도 소금쟁이는 반달 눈매를 만들고 그 크고 까만 눈동자로 나를 지긋이 바라다 본다. 그 모찌 아이스크림을 소금쟁이가 사먹은지 반년은 지난듯해 "지금 안 먹으면 내일 주님 재림하셔서 못먹을 수도 있어 ..지금 누려..주님도 기뻐하실거야" 라고 메아리를 보냈다.
소금쟁이와 그녀를 빼닮은 세 아이가 집에오는 내내 차 안에서 신이나 있다. 아주 가끔씩이지만, 모찌 아이스크림과 과자 몇개에도 이렇게 풍성하게 누리고 감사해하는 소금쟁이와 아이들이 만드는 은혜의 파문이 마음의 연못에 가득히 퍼진다.
by 김영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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